“오랫동안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Longtemps, je me suis couché de bonne heure.
— 소설의 첫 문장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처음 만나는 사람을 위한 프루스트 안내서

마르셀 프루스트 Marcel Proust · 1913–1927 · 전 7권

한 문장으로 말하면

인생을 허비했다고 믿던 한 남자가, 그 잃어버린 시간이 사실은 한 권의 책이 될 재료였음을 깨닫는 이야기.

7권프랑스어 원서 약 3,000쪽
한국어 완역본 13권
13년+1909년부터 세상을 떠난
1922년까지 집필
14년1913년 첫 권부터
1927년 마지막 권까지 출간
960만 자기네스가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긴 소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1871–1922)

  • 1871파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남. 아버지는 저명한 의사, 어머니는 유대계 집안 출신
  • 어린 시절아홉 살부터 평생 천식에 시달림. 어머니에게 각별히 의존
  • 청년기파리 사교계의 단골 손님. 남들 눈에는 ‘재능 있는 한량’
  • 1905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세상과 거리를 두기 시작
  • 1909–1922코르크로 벽을 막은 방에서 밤새 이 소설을 씀
  • 1922폐렴으로 사망. 마지막 세 권은 사후에 출간

소음과 빛을 피해 코르크로 방음한 침실에서, 침대에 누워 밤새 원고를 썼다. 출판사에 넘긴 교정쇄 위에도 계속 문장을 덧붙였다.그래서 문장이 길고, 소설은 점점 불어났다

알아 두면 좋은 점

화자의 삶은 작가의 삶과 많이 닮았지만, 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라 소설이다. 인물과 사건은 여러 실제 인물을 섞고 지어낸 것이다.

시대 배경

무너지는 귀족, 올라서는 부르주아

1870년대–1914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절’. 파리는 살롱, 오페라, 휴양지로 화려했다. 오래된 귀족 가문과 새로 부자가 된 부르주아가 같은 사교계에서 서로를 견제했다.

1894–1906

드레퓌스 사건

유대계 장교가 간첩 누명을 쓴 사건. 프랑스 사회가 둘로 갈라졌고, 소설 속 살롱들도 이 문제로 편이 나뉜다.

1914–1918

제1차 세계대전

한 시대가 끝난다. 마지막 권에서 전쟁은 인물들의 운명을 바꾸고, 낡은 사회 질서가 뒤집힌 모습을 보여 준다.

책의 구성

일곱 권, 그중 세 권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 뒤 나왔다

1913

1. 스완네 집 쪽으로

출판사들이 거절해 자비로 출간

1919

2.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공쿠르상 수상, 단숨에 유명해짐

1920–21

3. 게르망트 쪽

귀족 사교계 한가운데로

1921–22

4. 소돔과 고모라

작가 생전 마지막 출간

1923

5. 갇힌 여인

사후 출간

1925

6. 사라진 알베르틴

사후 출간

1927

7. 되찾은 시간

사후 출간, 대단원

작가 생전 출간 작가 사후 출간 (남긴 원고를 정리해 펴냄)

읽기 전에

이 소설은 ‘사건’보다 ‘기억’을 따라간다

누가 말하나

이름 없는 ‘나’

나이 든 화자가 자기 삶을 돌아보며 1인칭으로 이야기한다. 화자의 이름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독자들은 흔히 그를 ‘마르셀’이라 부른다.

어떻게 흘러가나

시간 순서가 아니다

떠오르는 기억을 따라 앞뒤로 오간다. 한 번의 저녁 모임이 수백 쪽에 걸쳐 그려지기도 하고, 몇 년이 한 줄로 지나가기도 한다.

무엇이 어렵나

끝없이 긴 문장

한 문장이 한 쪽을 넘기도 한다. 감각과 생각을 끝까지 따라가며 쓰기 때문이다. 빨리 읽기보다 천천히 음미하는 책이다.

등장인물

이 열두 명만 알면 길을 잃지 않는다

나와 나의 사랑
화자

‘나’

병약하고 예민한 소년. 작가를 꿈꾸지만 평생 미룬다

가족

할머니

화자를 누구보다 사랑한 사람. 그녀의 죽음이 큰 상처로 남는다

첫사랑

질베르트

스완과 오데트의 딸. 파리 샹젤리제 공원에서 만난 소녀

가장 큰 사랑

알베르틴

바닷가 휴양지에서 만난 소녀. 화자의 사랑과 질투의 중심

부르주아의 세계
화자의 거울

샤를 스완

교양 있고 세련된 유대계 신사. 어울리지 않는 여인에게 빠진다

스완의 연인

오데트

화류계 여성에서 스완 부인으로, 신분이 계속 바뀐다

살롱 안주인

베르뒤랭 부인

속물적인 부르주아 살롱의 주인. 마지막에 놀라운 신분 상승을 한다

예술가들

베르고트 · 엘스티르 · 뱅퇴유

작가, 화가, 작곡가. 화자에게 예술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귀족의 세계 — 게르망트 가문
동경의 대상

게르망트 공작부인

파리 최상류 사교계의 여왕. 이름부터 화자를 매혹한다

그 남편

게르망트 공작

오만하고 이기적인 귀족. 사교 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구

로베르 드 생루

공작부인의 조카이자 젊은 장교. 화자의 가장 가까운 친구

수수께끼

샤를뤼스 남작

공작의 동생. 오만하고 기이한 행동 뒤에 비밀을 숨겼다

이야기의 지도

어린 시절의 두 산책길이 인생의 두 세계가 된다

스완네 집 쪽

du côté de chez Swann

  • 산사나무 꽃이 핀 시골길
  • 스완의 저택과 소녀 질베르트
  • 부르주아의 세계
  • 사랑과 욕망
←
콩브레
화자가 어린 시절
휴가를 보낸 마을
→

게르망트 쪽

le côté de Guermantes

  • 강을 따라 걷는 길
  • 닿을 수 없는 귀족의 성
  • 귀족과 사교계의 세계
  • 이름이 주는 환상

어린 화자에게 두 길은 서로 반대 방향이라 결코 만날 수 없는 세계였다. 마지막 권에서 그는 두 길이 사실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7

Part II

일곱 권의 줄거리

어린 시절의 잠 못 드는 밤에서 시작해, 노년에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까지.

1

제1권 / 7

스완네 집 쪽으로

Du côté de chez Swann

1913 · 어린 시절과 첫사랑

  • 콩브레 — 어린 화자는 잠들기 전 어머니의 입맞춤을 애타게 기다리는 예민한 아이다. 시골 마을 콩브레에서 보낸 휴가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 스완의 사랑 — 화자가 태어나기 전의 이야기. 세련된 신사 스완이 화류계 여인 오데트를 사랑하게 되고, 지독한 질투에 시달린다.
  • 사랑이 식은 뒤 스완은 탄식한다. 내 취향도 아닌 여자 때문에 인생의 몇 년을 허비했다고. 그런데도 그는 오데트와 결혼한다.
  • 고장의 이름 — 소년이 된 화자는 파리 샹젤리제 공원에서 스완과 오데트의 딸 질베르트를 만나 첫사랑에 빠진다.
가장 유명한 장면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을 맛보는 순간, 잊었던 콩브레의 어린 시절 전체가 되살아난다.
2

제2권 / 7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À l’ombre des jeunes filles en fleurs

1919 · 공쿠르상 수상

  • 화자는 질베르트를 보러 이제 ‘스완 부인’이 된 오데트의 집을 드나든다. 하지만 엇갈림 끝에 질베르트에 대한 사랑은 서서히 식는다.
  • 할머니와 함께 바닷가 휴양지 발베크로 떠난다. 그곳에서 귀족 청년 생루와 친구가 되고, 기이한 샤를뤼스 남작을 처음 만난다.
  • 화가 엘스티르의 작업실을 찾아가, 예술가가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는 방식을 배운다.
  • 해변을 몰려다니는 생기 넘치는 소녀 무리에 매혹되고, 그중 한 명인 알베르틴에게 마음이 끌린다.
이 권의 의미소년이 청년이 된다. 앞으로 이야기를 이끌 인물들, 생루와 샤를뤼스와 알베르틴이 모두 이 바닷가에서 처음 등장한다.
3

제3권 / 7

게르망트 쪽

Le Côté de Guermantes

1920–21 · 귀족 사교계 입성

  • 화자의 가족이 게르망트 가문의 저택 한쪽으로 이사한다. 화자는 게르망트 공작부인을 동경해 날마다 산책길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 사교계 살롱에서는 드레퓌스 사건을 두고 사람들이 편을 갈라 다툰다.
  • 할머니가 쓰러져 세상을 떠난다. 화자는 그 죽음을 지켜보지만, 아직 슬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 마침내 공작부인의 만찬에 초대받는다. 그러나 기대했던 귀족 세계는 재치 있는 척하는 수다와 공허함으로 가득하다.
상징적인 장면스완이 자신이 곧 죽는다고 털어놓는다. 파티에 늦을까 봐 서두르던 공작은 그 말을 흘려 넘긴다. 그러고는 아내의 검은 구두를 빨간 구두로 바꿔 신기려고 다시 들어간다.
4

제4권 / 7

소돔과 고모라

Sodome et Gomorrhe

1921–22 · 숨겨진 욕망의 세계

  • 화자는 우연히 샤를뤼스 남작과 재단사 쥐피앵의 만남을 엿보고, 남작이 동성애자라는 비밀을 알게 된다. 사교계의 숨은 얼굴이 드러난다.
  • 다시 찾은 발베크. 구두끈을 풀려고 몸을 숙이는 순간, 1년도 더 전에 떠난 할머니의 기억이 덮쳐 온다. 화자는 그제야 그녀를 잃었음을 실감한다.
  • 알베르틴과 가까워지지만, 그녀가 여자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커져 간다.
  • 알베르틴이 동성애 소문이 있던 여인과 친하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 화자는 결심한다. 그녀와 결혼해야 한다고.
핵심 개념 · 마음의 간헐슬픔은 사건이 일어난 순간이 아니라, 뜻밖의 감각이 기억을 깨울 때 비로소 찾아온다.
5

제5권 / 7

갇힌 여인

La Prisonnière

1923 · 사랑이라는 감옥

  • 화자는 파리 집에 알베르틴을 데려와 함께 산다. 그녀의 외출을 감시하고, 거짓말을 캐내려 하고, 잠든 모습을 지켜본다.
  • 알베르틴이 곁에 있으면 지루하고, 눈앞에서 사라지면 질투로 괴롭다. 화자에게 사랑은 곧 상대를 소유하려는 불안이다.
  • 작가 베르고트가 전시회에서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 속 노란 벽 한 조각을 바라보다 쓰러져 숨진다.
  • 베르뒤랭 부인의 음악회에서 샤를뤼스는 공개적으로 모욕당한다. 화자가 알베르틴과 헤어지려 마음먹을 무렵, 그녀가 먼저 떠난다.
누가 갇혔나갇힌 사람은 알베르틴일까, 질투에 사로잡힌 화자일까. 제목은 두 사람 모두를 가리킨다.
6

제6권 / 7

사라진 알베르틴

Albertine disparue

1925 · 상실과 망각

  • “알베르틴 아가씨가 떠나셨어요!” 하녀의 말에 화자는 무너진다. 그는 온갖 방법으로 그녀를 되돌리려 한다.
  • 그때 전보가 도착한다. 알베르틴이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소식이다.
  • 죽음 뒤에도 질투는 끝나지 않는다. 화자는 사람을 보내 그녀의 과거를 캐묻고, 그녀가 정말 무엇을 했는지 알아내려 한다.
  • 시간이 흐르며 고통은 서서히 흐려진다. 어머니와 떠난 베네치아 여행에서 그는 자신이 그녀를 잊었음을 깨닫는다. 한편 질베르트는 생루와 결혼한다.
이 권이 보여 주는 것가장 큰 슬픔도 시간 앞에서는 잊힌다. 망각은 위로이면서 또 하나의 상실이다.
7

제7권 / 7

되찾은 시간

Le Temps retrouvé

1927 · 깨달음과 소명

  • 제1차 세계대전의 파리. 샤를뤼스는 몰락하고, 친구 생루는 전선에서 전사한다.
  • 오랜 요양 끝에 돌아온 화자는 게르망트 저택의 모임으로 향한다. 마당의 고르지 않은 포석에 발이 걸리는 순간 베네치아의 기억이 되살아난다. 숟가락 소리와 빳빳한 냅킨도 잇따라 과거를 불러낸다.
  • 깨달음이 온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 길은 예술, 곧 그것을 글로 쓰는 것이다.
  • 모임에 들어서니 모두가 늙어 알아보기 어렵다. 베르뒤랭 부인은 게르망트 대공부인이 되어 있다. 질베르트와 생루의 딸이 두 길이 하나로 이어졌음을 보여 준다.
결말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느낀 화자는 마침내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삶 전체, 곧 ‘시간’에 관한 책을.

핵심 개념

마들렌 — 감각이 과거를 통째로 불러낸다

① 우연한 감각

어느 겨울날, 어머니가 내준 홍차에 마들렌 조각을 적셔 한 모금 맛본다.

② 이유 모를 기쁨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이 온몸을 채운다. 그 맛이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지 애써 붙잡으려 한다.

③ 기억의 정체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 콩브레의 레오니 고모가 보리수 꽃차에 적셔 주던 마들렌의 맛이다.

④ 되살아난 세계

고모의 집, 마을, 성당, 정원, 사람들까지 찻잔 속에서 피어나듯 되살아난다.

자발적 기억

애써 떠올리는 기억

머리로 불러낸 과거. 사실은 기억나지만 메마르고 생기가 없다.

비자발적 기억

감각이 불러내는 기억

맛, 냄새, 소리, 촉감이 예고 없이 깨운 과거. 그 시절의 감정과 공기까지 함께 돌아온다.

무엇을 말하는가

소설을 관통하는 네 가지 주제

01

시간

시간은 사람의 얼굴과 사랑, 사회까지 바꾸고 무너뜨린다. 그러나 기억과 예술 속에서 시간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02

사랑과 질투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상대 자체가 아니라 내 마음이 만든 그 사람의 모습이다. 그래서 사랑은 완전히 소유할 수 없고, 질투가 끝나지 않는다.

03

사교계와 속물근성

귀족의 이름은 멀리서 볼 때만 빛난다. 사람들은 신분을 쫓아 오르내리고, 시간이 지나면 위계는 뒤집힌다.

04

예술이라는 소명

작가, 화가, 작곡가는 남들이 보지 못한 세계를 보여 준다. 흘러가 버린 삶을 붙잡아 의미를 주는 것은 예술뿐이다.

결말의 비밀

마지막 장을 덮으면, 첫 장으로 돌아간다

소설의 끝

“이제 책을 쓰자”

노년의 화자는 자신의 삶 전체를 ‘시간’ 속에 그려 내는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원서의 마지막 단어는 ‘시간(Temps)’이다.

⟲
소설의 처음

“오랫동안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가 쓰기로 한 책은, 우리가 방금 다 읽은 바로 이 소설이다. 끝은 다시 처음이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작가가 되어 가는 과정을 다룬 소설이기도 하다. 7권에 걸친 실패와 방황은 사실 소명을 찾기까지의 긴 준비였다.

읽어 보고 싶다면

처음 도전하는 사람을 위한 다섯 가지 팁

  1. 1권 1부 ‘콩브레’부터. 마들렌 장면까지 읽으면 문장의 리듬에 익숙해진다.
  2. 부담되면 ‘스완의 사랑’만. 1권 2부는 따로 읽어도 완결된 중편처럼 읽힌다.
  3. 줄거리를 쫓지 말 것. 하루 10~20쪽씩 천천히, 문장을 음미하며 읽는다.
  4. 인물 메모를 곁에. 결혼할 때마다 이름이 바뀐다. 오데트는 스완 부인이 되었다가 다시 포르슈빌 부인이 된다.
  5. 결말을 알고 읽어도 괜찮다. 이 책의 재미는 반전이 아니라 과정에 있다.
국내 번역본

민음사 · 김희영 옮김

전 13권 완역본. 이 자료의 권 제목도 이 번역을 따랐다.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도 있으니 몇 쪽씩 비교해 보고 맞는 문체를 고르자.

이 책은 다 읽는 것보다 평생 곁에 두고 조금씩 읽는 책에 가깝다.

마치며

“진정한 삶, 마침내 발견되고 밝혀진 삶, 그러므로 유일하게 온전히 살아낸 삶, 그것은 문학이다.”

— 『되찾은 시간』 중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Marcel Proust